교육 및 취업

AI 면접을 거부할 수 있을까?

vita-mam 2025. 7. 20. 17:21

지원자의 권리와 현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채용 과정에서도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면접 초기 단계에서 AI 면접을 도입하며 비용 절감, 시간 단축, 객관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모든 지원자가 AI 면접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AI 기술에 대한 불신, 개인정보 보호 문제, 인간적인 평가의 부재 등을 이유로 AI 면접에 부담을 느끼는 지원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원자는 AI 면접을 거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참여/비참여’의 선택을 넘어, 지원자의 권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조명하는 중요한 논의로 이어진다.

좁여지지 않는 의견차이 (바라보고 있는 남녀)

 

AI 면접 거부는 ‘법적으로 가능’한가?

 

지원자가 채용 과정에서 AI 면접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현재 한국의 법률은 명확한 금지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즉, 법적으로는 지원자가 AI 면접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알 권리와 통제권을 가진다.
특히 AI 면접에서는 얼굴, 음성, 표정, 시선, 언어 사용 등 민감한 생체 정보가 수집되고 처리되기 때문에, 이러한 처리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지원자에게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법적 가능성과 실제 현실은 다르다는 데 있다. 많은 기업들은 AI 면접을 1차 필수 평가 요소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면 자동 탈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입장에서의 AI 면접 ‘강제성’

기업들이 AI 면접을 채용에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지원자를 상대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AI 면접이 지원자 선별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 면접관이 1:1로 평가하는 것보다, AI 알고리즘을 통해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지표로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사의 채용 기준과 형식에 맞지 않는 경우, 즉 AI 면접을 거부한 지원자를 평가 진행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는다. 이처럼 ‘AI 면접을 거부할 권리’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선택권이 제한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지원자는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지원자가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원자는 AI 면접을 진행하기 전, 해당 면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충분한 사전 고지를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AI 알고리즘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AI 면접을 거부하고 싶을 경우, 대체 평가 방식을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공공기관이나 외국계 기업에서는 AI 면접을 ‘선택 항목’으로 제공하거나, 대체 면접(예: 전화 면접, 비대면 화상 인터뷰)을 제공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물론 모든 기업이 이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청 자체는 지원자의 정당한 권리에 속한다.

 

AI 면접 거부 이후 발생하는 현실적 불이익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AI 면접을 거부할 경우 사실상 지원 절차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내부 시스템이 AI 면접 기반으로 자동화되어 있는 경우, 거부자는 시스템상 자동으로 ‘탈락’ 처리될 수 있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 지원자가 채용 프로세스를 거부하거나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직무 적합성과 조직 적응력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위험도 있다.
따라서 AI 면접을 거부하기 전에는, 기업의 채용 안내문을 꼼꼼히 확인하고, AI 면접이 ‘선택’인지 ‘필수’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개인적 사유(예: 감정 장애, 발화 장애 등)로 AI 면접이 어렵다면, 이에 대한 의료적 소견서나 관련 증빙 자료를 통해 합리적인 조정을 요청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마무리하며 – 기술의 편의성과 인간의 권리 사이에서

AI 면접은 앞으로 채용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공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간적인 평가의 결여, 알고리즘의 편향성, 정보 수집의 민감성 등은 여전히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원자는 AI 면접을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자격도 충분하다. 다만, 현재의 채용 구조에서는 이러한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시스템의 도입’이 아니라, 지원자의 선택권과 기업의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AI 기술이 사람을 평가하는 도구로 자리 잡기 전에, 우리는 그 기술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